아름다운 얼굴(115) 공릉천 친구들 - 공릉천변을 걷는 헤이리거주 올드타이머들
수정 : 2022-01-26 11:36:42
아름다운 얼굴
공릉천변을 걷는 헤이리거주 올드타이머들
생태, 생명, 평화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 10년째
개인들의 모임이 꾸준히 이어지며 해가 갈수록 친밀도가 깊어가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공릉천변을 걸으며 우애를 다져온 공릉천 친구들(이하 친구들) 모임이 그렇다. 걷는 모임이 10년이 넘어갈 정도가 되면 단순히 걷는 모임을 벗어나 인생의 동행자들이 되는 느낌이 들 것이다. 같이 길을 걷는 행위는 각자의 삶은 달라도 공통된 지향점이 있다면 인생길을 같이 가는 동행 길이 되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들은 헤이리 마을에 거주하는 평균 60대의 노익장들이다. 헤이리 마을 조성에 참여했고 출발 당시부터 살면서 친분을 깊게 해 온 올드 타이머들로 언론인, 출판인, 번역가, 박물관장, 예술가 등 다양한 문화 분야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좌로부터 이경형, 김정재, 이정규,박관순, 정옥환, 박종일, 김언호
국선도 모임으로 시작된 공릉천 걷기, 가족 같은 친구들
또 이들은 대부분 국선도 마니아들이다. 퇴직한 박경탁 외교공무원이 헤이리 마을에 움을 트면서 2006년부터 시작했던 국선도 모임은 지금까지 친구들을 이어주는 정신적 연대가 되었다. 공릉천 친구들은 말 그대로 공릉천을 같이 걷는 모임이다. 공릉천 걷기 모임은 약 10년 전부터 시작했다. 공릉천이 그들이 살고있는 헤이리 마을에서 가깝게 있고, 또 같은 동네 친구들이다 보니 모이기도 쉬워 자연스레 걷기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로 국선도 모임을 쉬는 대신 거의 매일 공릉천변을 걷는다.
▲김언호씨 촬영사진
헤이리 조성 시 입주한 올드타이머들이 주요 회원들
구성원 소개를 하자면 일명 지도자로 불리는 박종일이 있다. 고대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기업서 30년간 일한 뒤 은퇴해 역사 및 인문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그를 지도자로 부르는 이유는 박경탁 전 외교관에 이어 국선도를 친구들에게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길을 걸으며 역사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잘 정리해 들려준다. 그의 부인 정옥환은 교감으로 은퇴했고 커풀 멤버다. 전 서울신문사장, 주필을 역임한 언론인 이경형, 출판계의 큰 별 한길사 대표 김언호와 아내인 박관순 책 박물관 관장, 금속공예가 이정규, 조각가 김정재, 화가 김미란, 의사 김윤섭, 앞서 언급했던 전 외교관 박경탁등이 주요 구성원들이다. 또 시애틀 거주 손미숙 씨도 한국에 체류할 때면 이들과 함께 공릉천 변을 걷는다. 손미숙 씨는 헤이리 마을에 국선도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애틀서 연락을 취해와 합류했다. 거의 매일 만나니 친구 들이라기보단 한 가족 같다. 공릉천을 걷고도 금방 다시 만나 헤이리 시네마서 예술영화를 같이 본다던가 의기투합에 멀리 통영국제음악제에 참석하기도 한다. 문화와 자연이 잘 접목된 수준 높은 모임이라 할 만하다.
기자가 그들을 만나기로 한 장릉 주차장은 희미한 어두움과 손 시린 한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같이 걷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나와 같이 번갈아 걸으며 걷기 모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가 이윽고 솟기 시작하고 잠시 촬영을 위해 포즈를 청했다. 추위 때문인지 셔터가 잘 눌러지질 않아 조금 고생을 했다. 연출 사진을 위해 국선도 연습까지 마치고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걷는 거리는 조금씩 코스가 다르지만 5~6킬로, 1시간에서 1시간 반을 공릉천변을 포함에 걷는다.
▲김언호씨 촬영사진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생태 보물 공릉천을 증언한다
친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긴 해도 공릉천이 얼마나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생태 보물인가를 증언하고 있다. 누구 이야기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천변에 핀 달맞이꽃 수국 등 철마다 달라지는 꽃들과 나무들의 빛나는 잎새들”. “가마우지 백로 해오라기, 청동오리 등 온갖 철새들의 도래지”,“5월 말에서 6월 초가 되면 길가 풀섭에 몸을 숨기고 귀가 따가울 정도로 소리를 내지르는 텃새들” “비가 오면 털게들이 올라와 제방을 넘는 모습”등 이다. 공릉천은 한강하구로 서해 바닷물의 영향을 받아, 민물과 짠물이 교차해 다양한 생명들이 서식하는 생태보고다. 조수 간만차 때문에 물 높이가 달라지고 3월 초가 되면 웅덩이 곳곳에 잉어들이 알을 산란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언론인 이경형은 ”가을비가 내리면 메마른 갈대나 나무들이 촉촉이 젖으며 색깔이 진해지고 밝아지는 풍경이 참 좋다“며 섬세한 변화를 알아채는 그의 예민한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압축하면 공릉천은 365일 24시간, 변화를 멈추지 않는 생태의 보고다. 그 변화가 아름다움이요 그 변화를 알아차림이 기쁨이다. 잘 모르는 꽃이나 새들이 보이면 숲해설가며 책 박물관장인 박관순이 이름을 가르쳐주니 안성맞춤 모임이다.
개발이란 미명아래 흙길에 콘크리트가 깔리는 게 안타깝다
그러나 지난 10년 사이에 공릉천변은 자연의 모습을 많이 잃어가고 있다.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과 ,하천정비사업 이란 명목으로 흙길에 콘크리트가 깔리고 인공물들이 갑자기 생겨나는 등 친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쓰레기 불법 투기 같은 걸 보면 즉각적으로 탄현면 사무소에 신고는 하고 있지만, 개발이란 핑계로 자꾸만 공릉천변이 망가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조금 일찍 걷기를 마치고 김언호 한길사 대표 서재에 모여 다과를 나누었다. 46년간 약 3천 권을 발간한 한길사의 김 대표는 헤이리 마을을 구상하고 만든 장본인이다.
▲이경형씨 촬영사진
긴장이 있는 건강한 땅인 파주에서 평화와 공존을 배운다.
그는 ”헤이리와 공릉천변은 변방지대다. 이곳은 긴장이 있는 건강한 땅이다. 이곳에서 우린 민족의 소통과 평화 공존을 배울 수 있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공릉천 친구들의 꿈은 북한의 땅을 걷는 것이다. 누군가 개마고원을 걷고 싶다 했다. 그곳을 걷고자 한다면 남북통일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들 같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을 사랑하며 평화를 희구하는 마음들이 모인다면 분명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인 이경형이 요약 한 대로 생명 생태 평화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통일운동이 다른 곳으로도 넓게 퍼져나가길 바래 본다.
▲이경형씨 촬영사진
남북통일은 바로 우리의 친구들을 만나는 일, 그래서 기쁜 일이다
기사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며칠 후 카톡을 확인해 보니 공릉천 친구들이 보내준 지난 10년간의 공릉천의 빛 나는 시간들이 하나 가득 담겨 있다. 공릉천 친구들은 단지 걷는 사람들만 지칭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릉천과 한반도에 서식하는 생명체들 모두가 우리 친구들이다. 어찌 보면 남북통일도 오랫동안 보지 못한 북의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그래서 기쁜 일인 것이다.
▲이경형씨 촬영사진
공릉천: 공릉천(恭陵川)이란 이름은 파주시에 있는 파주삼릉(공릉,순릉,영릉)의 공릉에서 유래했다. 양주 사패산의 송추계곡에서 발원하며 양주시 삼상리에서 석현천과 합류하며 제1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는 4번이나 공릉천(공릉천1교-4교) 다리를 만난다.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의 경계에서 국가하천으로 바뀌며 파주시 봉일천동을 지나 금촌동을 거쳐 교하동을 지나 파주시 송촌동에 있는 자유로 송촌대교에서 한강과 합류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반세기가 넘도록 곡릉천이라 불렸는데 이건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을 위해 임의로 하천 이름을 바꾼 것이다. 파주시의 요청으로 2009년 1월에 원래 이름을 회복했다.
총 길이는 30.5Km이며 주변 퇴적 평지대는 꽃 재배단지와 논으로 이용되고 있다. 공릉천은 민물과 짠물이 교차하는 생태보고로 원앙, 비오리 등 천연기념물들도 만날 수 있다. 또한 산책길, 자전거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파주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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